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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세계

강철원 사육사가 전하는 판다와 푸바오의 신기한 이야기

by 날아지니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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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의 중국 반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플 강철원 사육사님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추억으로 간직할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판다라는 신기한 동물의 특징 ★푸바오와의 특변한 스토리 ★사육사 직업 세계를 한번에 알려 드립니다.

 

판다라는 동물의 유별난 특징

판다는 식육목(생물의 분류체계 중 260여 종의 포유류를 포함하는 목을 뜻함)에 속하는 거대한 야생 동물입니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느라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채식으로 진화했다는 건 다들 아시죠?

그러나 장 구조는 여전히 육식 동물처럼 짧기에 채식 동물처럼 소화를 잘 못시켜 먹이를 먹은지 대여섯 시간이면 변을 본다고 합니다. 변에서 고약한 냄새도 없이 대나무 향이 나는 연두색 고구마같다네요. 그런데 의외로 아기 판다의 변은 아주 아주 지독한 악취가 난다고 합니다. 강바오님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모유나 분유 소화 흡수율이 거의 100%에 달해 아기 판다는 변을 거의 만들지 않는데 일단 응가를 하면 다른 동물도 놀라 달아날 정도의 악취가 난답니다. 강바오님은 이건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추측하시네요. 

사람이 쇼파에 기대 앉듯 허리를 기대고 앉아 대나무를 먹는 모습도 신기하고, 푸바오는 오른손잡이/아이바오는 왼손잡이로 칭할 수 있을만큼 주로 사용하는 손이 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판다가 그 커다란 덩치에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쉬는 것도 참 신기한데 이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천적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독립생활을 하는 것도 경쟁이나 교류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함이라는데 참 안스럽네요. 

성체가 된 판다는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 짝짓기를 하게 되는데 일년에 한 번으로 1일~3일만에 끝나 버립니다. 출산과 육아는 전적으로 암컷 판다 혼자 합니다. 짝짓기 며칠과 새끼를 키워 독립시키기 전까지의 1년이 채 안 되는 시기를 제하고 야생 판다는 평생 홀로 사는 거죠.

아이바오의 경우 출산후 꽤 2주간 먹이도 안 먹고 아기 푸바오를 안고 젖주고 돌보는 데만 전념했고

사육사님이 곁에서 물도 떠 주고, 아기 자세가 불편할 때 받쳐주기도 하고, 너무 먹질 않아 입에 죽순 쌈도 넣어주고 했는데

야생 상태에서는 어미 혼자 독박 육아를 할 때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이렇게 임신하기도 키우기도 힘드니 결국 멸종 위기 종이 된 것이겠죠?

 

푸바오의 특별한 이야기

푸바오는 강철원님의 꿈과 의지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사육사 경력 중 마지막 목표로 자이언트 판다 국내 번식을 꿈꿨고 결국 이뤄냅니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짝짓기 실패를 거쳐 코로나 시기 성공 후 강철원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용기는 한두 번 실패를 보게 할지라도 결국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 실패라는 선을 그어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국내 최초 판다인 푸바오가 세계 최초인 것

푸바오는 세계에서 가장 눈을 일찍 뜬 판다입니다.

아기 판다는 보통 생후 40일이 지나서 눈을 뜨고 60일이 되어야 주변 사물과 엄마를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푸바오는 왼쪽 눈은 15일만에 오른쪽 눈은 18일만에 떠서 비상이었죠. 그 후 분만실에 불을 켜지 않고 최대한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시력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생후 70일차에야 시력이 조금씩 생기는 단계가 되었고 지금은 중국 사람까지 푸바오는 눈빛이 살아있는 판다라고 감탄할 정도가 되었죠. 

사육사와의 친밀한 정서적 교감과 행동 풍부화로 '눈빛이 살아있는 판다'로 인정받는 푸바오

유채와 남천을 심는 이유

강바오님이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데려오기 위해 중국 쓰촨성에 갔을 때 판다 기지 주변이 온통 유채밭이어서 활짝 핀 유채꽃 향으로 가득했답니다. 그래서 판다들이 고향을 추억할 수 있도록 매년 유채를 심는다고 합니다. 

남천은 1년 내내 낙엽이 지지 않고 유지되는 관목이라 식재하는데 봄에는 노란 유채로, 가을에는 붉게 물드는 남천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네요. 

그런데 특히 푸바오는 작은 남천 나무를 괴롭히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곤 합니다. 남천 위로 데굴데굴 구르고 붙잡고 흔들고... 할부지는 남천에게 미안하면서도 푸바오에게 야성을 키워 줄 장남감이 되어 주니 흐뭇하다고 합니다. 무슨 행동을 하든 이뻐 보이는 할부지 마음~

 

 

루이·후이의 탄생도 특별

아이바오가 25개월이 넘게 푸바오를 키우고 독립시킨 후 다음 해인 2023년 2월 두 번째 번식기를 맞았습니다.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암컷 판다의 발정기 행동과 번식 호르몬 수치 분석을 종합해 가장 적합한 짝짓기 시기를 정합니다. 이번에는 호르몬 수치상 발정기가 아닌데 사육사팀의 판단에는 발정기 막바지 행동이라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때 강바오님이 강력하게 주장했고 4시간이 걸리는 소변 검사, 호르몬 분석도 병행하되 우선 짝짓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결과로 나온 호르몬 수치는 이전 번식기의 데이터와 매우 달랐지만 결국 사육사 판단대로 짝짓기는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강철원 사육사님의 현장에서 나온 판단력과 추진력에 감탄했고, 데이터가 보다 유용하려면 한두 번 경험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양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야생에서 쌍둥이를 낳았을 경우 한 마리는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아이바오는 침착하게 모두 잘 거두었다고 강바오님이 연신 칭찬합니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이름이 정해진 슬기로운 보물-루이바오와 빛나는 보물-후이바오. 쌍둥이지만 조심스럽고 세심한 루이바오와 사내아이처럼 과감하고 장난끼 가득한 후이바오로 성격이 사뭇 다르다.

 

두 마리를 출산 후 한달 간은 5일마다, 한달 후엔 열흘마다 인큐베이터와 엄마 판다의 분만실을 교대로 오가며 키웠습니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 판다도 초유가 필요하기에 아이바오의 초유를 사육사가 짜 모아서 줬는데 아이바오는 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신뢰하는 듯 했다고 합니다.  

생후 120일 차에 모두 합사한 후 행복한 세 모녀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맛이 없는 산모에게 영양이 많은 죽순을 주기 위해 초저온 냉각 보관법을 개발하여 준비해 둔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가 전하는 사육사의 직업

강바오님은 '사육사는 관찰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자신이 돌보는 동물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자신부터 동물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동물학과를, 그 다음 동물과 식물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조경학과를 들어가 공부했습니다. 배우는 자는 생각이 녹슬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동물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해 줄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서 사육사의 행복도 확장된다고 말합니다. 

매일같이 동물의 거처를 청소하고 먹이를 주는 단순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 동물의 건강, 기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사소한 일을 위대하게 하라'는 교훈을 직접 보여주는 분이 여기 계셨네요.

또한

동물 종의 특성을 아는 것으로 접근하기보다 개체 하나 하나의 특성과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는 말씀도 정말 귀한 조언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미가 내친 아기 표범을 우리나라 최초로 인공 포육에 성공한 일, 오랑우탄 옆에서 침낭을 두고 자고 수염을 기르며 그들 무리와 친화력과 일체감을 쌓은 일, 처음 만나 경계하는 아이바오의 마음을 끝내 얻어낸 일, 나아가 코로나로 관람객이 없던 시절 판다를 유튜브 콘텐츠로 다룰 것을 제안한 일 등 강바오님의 재능과 열정, 도전 정신은 정말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강철원님의 제안으로 함께 판다월드로 근무지를 옮긴 송영관 사육사님 역시 판다 이야기를 잘 전하고 싶어 문예창작과를 전공했고, 다들 감탄할 기술과 창의력으로 여러 기발한 장난감과 기념물을 만들어 줍니다. 두 사육사님 덕분에 푸바오가 주는 행복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송영관 사육사님도 어느 청소년 관람객의  “야생의 판다가 행복한가요, 동물원의 판다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전지적 푸바오 시점」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특성에 맞는 환경과 공간에서 야생에서의 생활방식과 습성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신비한 능력들을 제때 발현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건강하게 나아간다면, 다시 말해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여 살아갈 수 있다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시설인 동물원에서 판다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판다에게는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감동 스토리가 있다

 

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베이징 동물원에서 판다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공간이 넓긴 했지만 판다가 더러워 보이고 그다지 예뻐 보이지도 않고, 동물원 환경도 너무나 썰렁해보여 놀라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는 청두 판단기지는 그나마 풀, 나무 등 너른 자연 환경이 보여 다행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중국은 판다와 사육사의 스킨쉽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나라와 같은 판다 스토리가 생기기 어렵죠.

 

중국의 한 네티즌의 말

중국은 판다를 동물로 보지만 한국은 가족으로 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지식은 발전해도 가족으로 살아가는 스토리의 감동을 아직 창출하지 못했나봅니다.

동물원이라는 장소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과, 그 안에 갇혀 사는 동물들에 대해 안스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강철원·송영관 사육사님의 의도대로 동물 다양성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갔으면 합니다. 

존재만으로 기쁨을 주는 판다 가족들, 사육사님들 고마워요~

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의 행복한 판생을 기원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