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들만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맘카페입니다.
제가 맘카페에 관심이 가게 된 이유는 「사업의 신」에서 잘 나가는 저자가 온라인 몰에 '닥등'(닥치고 등록)하기 보다는 맘카페같은 곳에서 '닥보'(닥치고 보라)를 먼저 하라는 권유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공동 구매나 잘 팔리는 물건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었죠.
그러나 실행력 제로인 상태로 시일만 보내다 우연히 「맘카페라는 세계」 신간 도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 저기서 회원 수 많은 맘카페 리스트나 쉬운 가입 방법을 알 수도 있겠다"싶어 운좋게 빌려 보게 됩니다.
덕분에 평범한 엄마이자 수년간 맘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며 접한 사실들을 통해 나온 성찰을 접했습니다.
아래에 「맘카페라는 세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1.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맘카페에 가입하는 이유=맘카페의 존재 이유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육아 서적보다 생생하고 나의 상황에 들어 맞으며,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의 경험보다 현 시대에 맞고 오류가 적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또는 내가 원하는 육아 주제 분야에서
해결책이 될만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지역에서 공통의 경험을 겪는 엄마들의 정보는 여러 사람의 댓글을 통해 힘을 실어 주거나 오류를 거르고 정화하며, 집단지성처럼 최적의 정보를 도출합니다. 이런 맘카페의 효용을 경험해 보면 맘카페를 대체할 다른 정보 도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 안의 본질적인 이유는 불안감입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한 불안감, 정보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불안감이 동력입니다.
엄마라는 역할을 완벽히 잘 해내고 싶은데 엄마들의 커뮤니티라는 준거 집단 속에서 나를 점검하고, 소속감을 갖고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자가 '불안감'을 근본 이유로 캐치해 낸 것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 불안감은 맘카페에서 일어나는 문제, 맘충과도 연결됩니다.
2. 맘카페의 특성
맘카페라는 공간을 특징 짓는 가장 중요한 불문율은 '둥글둥글함'입니다.
회원들은 맘카페가 불편하지 않는 곳이어야 하기에 이용자들끼리 서로를 향한 불편함은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맘카페 회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엄마라는 페르소나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에게 행여 해가 될까봐 엄마는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태도와 반응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에서 습득한 전형적 여성상(유순하고 상냥한 둥글둥글한 성격)이 그러하기도 합니다.
불편함과 부정적인 내용을 드러내지 않는 이러한 둥글둥글함은 뜻하지 않게 다양한 의견이 발화하는 것을 막거나 세상과 단절되어 그들만의 성을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단적인 예로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해주세요'를 듭니다.
겉으로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듯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소통할 필요도 없이 패스해달라는 뜻이니 말입니다. 사실 이는 유튜브 댓글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불편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안 보거나 그냥 지나가면 되지 왜 굳이 반대글을 다냐는 투의 글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둥글둥글함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것'인 듯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3. 맘카페가 문제가 된 이유
1) 상업적 의도
맘카페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구성원간의 신뢰가 비교적 높기에 맘카페에서 홍보하고 인정받으면 수월하게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방대하고 조직적인 바이럴마케팅에 의해 가짜 맘카페가 난립하거나, 기존 맘카페가 상업화되거나, 신뢰에 손상을 입기도 합니다. 상업화를 배격하고 클린 까페를 표방하는 곳도 많지만 외부와 벽을 쌓은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2) 육아 혐오 분위기
언제부턴가 등장한 맘충이란 단어, 맘충의 뜻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받는 혜택만 중시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삐뚤어진 모성애를 가진 엄마.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서 집에서 놀고먹고 까페에 죽치고 앉아 수다떨며 소비만 하는 엄마
저자는 후자의 경우 엄마들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왜곡된 모습이라고 지적합니다.
어쨌건 경제적 재화 창출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사회에서 육아, 엄마의 지위는 너무도 평가절하되었습니다.
거기다 극소수의 비정상적인 맘카페 글을 대중 커뮤니티에 옮겨 비난, 조롱하는 일도 맘충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킵니다.
이렇게 엄마, 육아가 존중받지 못하는 못하는 사회라면 출산율을 올리는 일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4. 저자가 말하는 대안
맘카페가 문제가 아니라 비교하는 사회가 문제
'나 혼자서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에서 가입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점검하는 맘카페 회원들.
저자는 이렇듯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자기 위치를 확인하려는 것이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합니다. 남성 위주의 커뮤니티에서 대학·직장·부동산 서열, 연본 인증 등 서열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고민형 글이 많이 올라오는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노골적이지 않을 뿐 서열에 대한 예민한 감각은 똑같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기준을 주체적으로 세운 내면적인 상에 두지 않고 외부/타인/사회적인 기준에 준거하는 상에 맞추는 것, 그 끊임없는 외부 시선 의식과 비교가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허용, 관용을 맘카페의 구성원인 엄마들부터 시작하자고 말합니다. 또한 육아는 부담이 아닌 행복한 경험임을 부모가 같이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하길 바랍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단단한 자기 내면의 상에 따라 살며,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고,
육아는 온갖 힘겨움을 상쇄할만큼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임을 모두가 인정하게 된다면
아빠와 사회가 적절하게 그 경험과 부담을 공유한다면
맘충, 아이 혐오도 사라지고
출산율 회복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듯합니다.
회원 수 많은 맘카페와 지역 맘카페는 결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더 진정성있고 귀한 통찰을 접해 좋았습니다.
이 블로그를 읽은 분들도 그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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