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한 영화 <파묘>가 순항 출발했습니다. 사전예매량 36만 돌파로 2024년 신기록을 세웠고 관객 평점도 현재 8.69로 호평입니다.
저도 김고은의 신들린 듯한 무당굿에 홀려 개봉 첫날 영화를 보고 엽서 사은품까지 챙기게 되었네요.

<파묘>를 볼만한 영화로 만드는 감상포인트 정리해보았습니다.
1. 오컬트 장인이 오컬트의 새 가능성 넓힘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통해 한국 영화에서 오컬트 장르를 작품성 높게 구현한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이번 <파묘>까지 더해 확실한 오컬트 장인으로 불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오컬트 정의
'신비주의', '초자연주의'라는 의미를 지니며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뜻한다.
오컬트 무비란 이런 오컬트적 요소를 주로 다루는 영화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호러(Horror) 영화에 속한다.
그런데 <파묘>에서는 단순히 귀신과 퇴마이야기 반복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만들고 싶었다.
라고 말합니다.
오컬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가하며 더 확장하고 싶었던 것인데요,
그 방법은
우리나라가 과거를 통과하며 겪은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파묘하고 싶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싶었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풍수사, 장의사, 무당이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었고 1년 넘게 장의사, 풍수사와 함께 이장 작업을 다니고 유명 무당으로부터 직접 하나하나 현장지도를 받으며 디테일을 완성했습니다.
덕분에 대중에게 낯설던 소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두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미스테리하고 귀신, 퇴마가 나온 것도 맞는데 조금 새롭고 다릅니다.
2. 보이지 않는 것의 경이로움
무당 화림(김고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삶 속에서 보이지 않은 것을 얼마나 접하고 다루며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했습니다.
<파묘>의 주요 소재가 된 주술, 무속, 풍수, 주역 등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굳건히 실재하고 있습니다. 있다고 인정하고 있고, 다루고 있고, 영향받고 있으니까요.
문득 이런 주술, 무속, 풍수 등이 집단 기억, 집단 신념, 나름의 집단 지성까지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류가 공동의 기억으로 상징화, 체계화해 내려온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무속같은 경우 문서로 전승될 수 없는 당대 종교(도불교·토착신앙), 문화, 음악, 춤사위, 이승과 저승 등 영역을 넘나들며 혼합되어 우리 문화 속에 존재하는 집단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신비하면서도 두려운 느낌이 드네요.
이전 작품은 최대한 예쁜 그림을 찍으려 했다. 이번에는 안 보이는 걸 담으려 했다. 기운과 에너지, 왔다 갔다하는 기세를 담고 싶었다. 눈에 안 보이는 불확실성을 담으려 하다 보니 힘들었다.
베테랑 배우들이 80%는 해주셨다. 정말 치열했다
장재현 감독
3. 캐릭터와 서사의 균형
장재현 감독의 이전 작품은 캐릭터에 무척 공을 들인 것에서 이번에는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서사를 위해 연속된 미스테리로 점층되며 빠져들게 만드는데
예고편에서부터 '겁나 험한 것'이 나왔다고 궁금증을 자극했던 그것이 허를 찌르는 뜻밖의 존재로 튀어나옵니다.
영화 구성면에서도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소제목을 달아 여러 편이 이어져 있는 듯한 특이한 구성을 취했습니다. 전편의 내용이 끝나지 않았기에 제목에서 오는 환기와 호기심,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며 한층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캐릭터 표현이 아쉬웠냐?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해진, 새로운 히어로로 발굴한 이도현 모두 말할 것 없이 훌륭했고
최민식과 김고은이 영화의 Two Top 주인공으로 여겨졌습니다.
풍수사 상덕(최민식)은 서사와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주인공으로
무당 화림(김고은)은 혼령과 인간 세계를 이어주는 오컬트 소재적 주인공으로
두 분은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아우라 뿜뿜!인 희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김고은에 대해 최민식 배우님은 '파묘'팀의 손흥민이라 비유하고, 무속인 캐릭터로 거침없이 들어가고 거침없이 표현해내는 용감함을 칭찬했습니다.
장재현 감독님은 '김고은 외 대안없었다. 그 나이대에 그렇게 어려운 인물을 연기할 사람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오죽하면 전작 <사바하> 주연 박정민을 통해 섭외 부탁을 했을라구요.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파묘>의 김고은처럼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배역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4. 가슴에 남는 주제
과거에서 잘못된 무언가를 꺼내서 그걸 깨끗이 없애는 성과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램은 성공했을까요?
공포가 가시화되고 공포의 정체가 분명하게 시각화되는 시도는 성공했을까요?
핵심이 되는 줄거리 내용이 담겨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클릭하지 마세요.
인간애, 동료애, 가족애에서 비롯한 최민식의 도전, 분투는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상덕(최민식) 딸의 결혼식에서 영근(유해진), 봉길(이도현), 화림(김고은)이 가족 사진찍기에 참여하는 것도 전 뭉클했습니다. 정말 그들은 이미 혈연을 넘어 가족이 될만한 유대감을 가졌습니다.
엔딩롤이 흐를 때 나온 음악도 참 좋았는데-알듯 모를듯한 부는 민속악기와 결합한 미스테리 분위기에 딱 맞는 음악- 김성태라는 음악감독님이랍니다. <82년생 김지영> 7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음악상, <사바하> 40회 청룡영화제 음악상을 비롯, <노량> <한산> <범죄도시2> <승리호> 등 요즘 대표적인 한국 영화의 음악은 모조리 맡고 계시더군요. 대단한 능력자!
끝으로 영화에 나온 귀여운 여우, 개 등은 동물 보호 준칙에 맞춰 활영했다고 했지만 제물로 쓰여진 돼지들은...너무 불쌍하네요.그리고 괴물 역할하신 배우님 (엔딩롤에서 김민석으로 읽었는데 확실하지 않습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분장이 너무 축축하고 더러워보여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영화이니 손익분기점 300만 명 넘고 흥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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