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에 충격받고 냉담해진 이후 1년 반이라는 꽤 긴 시간이 흘렀고
디즈니 100주년작에 <겨울왕국>제작진이라는 후킹
무엇보다 안유진 버전의 '소원을 빌어' 주제곡이 너무나 아름다워
마법같은 환상적이고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며 갔지만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1) 좋았던 것
▣음악
Julia Michaels(줄리아 마이클스) 작곡.
저스틴 비버의 ‘Sorry’, 셀레나 고메즈의 ‘Good For You’를 작곡하며, 최고의 히트메이커 작곡가가 되었고 2017년 자신의 곡 'Issues'를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곡 ‘Issues’는 실제 그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감가는 가사와 라이브 무대에서의 완벽한 가창력으로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Heaven'도 인기 대표곡이라고 한다.
꽤 고생하며 창작한 듯한데, 93년생인 그녀는 이번 <위시> 음악 작곡으로도 뛰어난 역량을 증명했습니다.
주제곡에서 음성만으로 친다면 Ariana DeBose(아리아나 데보스)보다 18세 나이에 가까운 안유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Ariana DeBose 비롯, 전 출연진의 노래는 탁월합니다.
▣신비로운 색감과 화면
마법을 표현하는 화려한 화면, 별이 인도하는 신비한 밤풍경, 로사나 주민들의 소원들이 수정 구슬처럼 떠 있는 풍경, 마법의 경이로움이 불꽃 축제처럼 표현되는 것 등이 꿈꾸듯 아름답습니다.
▣온갖 동식물이 말을 하고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며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것
덕분에 애니메이션답고 유머러스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사실 자연은 중립이고 굳이 인간을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도와줄 필요도 없고
인간의 언어보다는 텔레파시로 통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이니까 봐줍니다.
▣100년동안 디즈니가 쌓아올린 헌사이자 오마주
엔딩롤에서 그동안의 디즈니 작품속 캐릭터들이 밤하늘 별자리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데
이 장면에서는 뭉클하게 좀 감동적이었습니다.
2) 별로였던 점
◈라틴 스타일과 레게머리의 부조화
주인공 아샤는 라틴 의상을 입고 라틴 댄스를 추는데 얼굴과 헤어는 흑인 스타일입니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아기 염소의 부조화
귀여운 아기염소에게 왜 중년 남성의 음성을 매칭시켰는지... 이건 아니죠!
◈엉망진장 스토리
미남 마법사는 사람들의 소원을 지키고 이뤄주는 선량한 의도로 왕국을 건설했으나 자신의 절대 왕권을 유지하고픈 욕심으로 흑화했는데, 좋았던 사람이 그정도로 바뀌게 되는 설득력있는 과정이 없습니다. 그냥 원래 그런 인간이었고 순박한 사람들을 홀려 모아 휘하에 두었다고 하면 말이 되긴 하지만...
아샤는 엔딩에 왜 굳이 마법사가 되고 권위를 갖게 됐을까요? 제 2의 매그니피코 왕이 되지말란 보장도 없지 않은데요! 더욱이 매그니피코는 스스로 노력하여 마법 능력을 한단계 한단계 쌓아올리기라도 했지 아샤의 마법력은 그저 별(외부)로부터 수동적으로 받은 것인데...
3) 가장 큰 문제-주제의식
이 영화를 본 어린이들은 어떤 주제를 느낄까요?
소원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설레이고 가슴이 뛰고 활기를 돋게 하는 거야.
그러니 우리 모두 소원을 품고 이루려 애쓰며 살자?
사실 로사스에서 소원을 왕에게 제출하고 소원을 박제당한 이들은 모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왕이 소원을 이뤄주길 바라며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Wish와 Dream의 차이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두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더군요.
Wish
동사로는 가능성이 낮거나 불가능한 일을 바라며 ‘…이면 좋겠다’고 생각함을 나타냄
명사로는 바람, 의도, 소망, 바라는(원하는) 것, 소원
Dream
(자면서) 꾸는 꿈, (희망을 담은) 꿈
(자면서) 꿈을 꾸다. (바라는 일을) 꿈꾸다(상상하다)
영어에서도 별에게 소원을 빌때 wish란 표현을 쓰고 영영사전 풀이에서도 wish는 좀더 마술적인 방식으로 외부 대상에 의탁해 수동적으로 일어나길 이루어지길 원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에 반해 Dream은 오랫동안 강하게 이루거나 갖기를 바라는 것, 아이디어나 비전같이 자신의 내부로부터 창조되어 나온 것, 그 자체로 아름답고 훌륭하고 기쁜 것으로 나옵니다.
결국 wish는 근본적으로 마법, 별, 의존성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소원을 품고 비는 것은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이긴 하나 그것에서 그치면 안된다고 봅니다. 누군가 절대적인 존재가 이뤄주길 바라며 기다리기만 한다면 스스로 속박되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소원을 돌려준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꿈으로 이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멋지고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다면 또다른 마법사 아샤는 필요치 않고 18세 성인으로 막 발돋움해 좌충우돌하는 삶을 시작할테죠.
각본, 감독 모두 겨울왕국 제작진인 것은 맞는데 참 아쉽습니다.
<소울>과 <엘리멘탈>은 어른 타겟으로도 참 좋고 감동적이었는데
<위시>는 어른 타겟으로는 너무 스토리가 유치하고 어린이 타겟으로는 주제가 아쉽네요.
어쨌건 <위시>는 <노량-죽음의 바다>와 <서울의 봄>을 제치고 1위가 되어서는 안 될, 훠얼씬 뒤처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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